Beauty Care

[뷰티 브랜더 윤영희의 The View:ty] 뷰티의 ‘롱폼’ 트렌드

김연수 기자
2026-02-13 1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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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브랜더 윤영희의 The View:ty] 뷰티의 ‘롱폼’ 트렌드 (출처: Unsplash)


‘무엇을 바르는가’에서 ‘어떻게 사는가’로: 뷰티 트렌드의 우아한 회귀

패션 트렌드가 시대를 돌아 다시 런웨이에 서듯, 뷰티 트렌드 역시 거대한 원을 그리며 돌고 돕니다. 우리가 거울을 보며 고민하는 대상이 '브랜드'에서 '피부 속'으로, 다시 '성분'으로 옮겨갔던 그 궤적을 따라가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입니다.

선언의 시대: "당신은 어떤 여성입니까?"
과거 뷰티 브랜드들은 제품의 스펙보다 지향하는 여성상과 가치를 먼저 선언했습니다. 뷰티가 단순한 화장을 넘어 '자신을 가꾸는 태도'로 확장되던 시기였으니까요. 
• 클린앤클리어: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태도의 정립)
• 마몽드: "산소 같은 여자" (이미지의 투영)
• 로레알: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자존감의 고취)
당시의 광고들은 제품의 pH나 분자량 대신 ‘어떤 여자가 되고 싶은가’를 물었습니다. 라끄베르가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라고 자신 있게 외칠 때, 소비자는 성분표 대신 브랜드가 제안하는 삶의 태도를 샀습니다.

분석의 시대: 피부 속을 들여다보다
이후 뷰티의 시선은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구체적인 효능(End-benefit)으로 옮겨갔습니다. ‘나를 대변하는 것’에서 ‘나를 변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때 가장 강력했던 키워드는 '속탄력'이었습니다. 아이오페가 제시한 이 한 마디는 우리의 시선을 피부 표면이 아닌, 보이지 않는 피부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이제 피부 속을 들여다보세요"라는 메시지는 뷰티의 문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성분'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습니다. 피부 고민이 지성, 건성을 넘어 장벽 손상형, 색소 침착형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우리는 화장품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의 함량, 레티놀의 농도, PDRN과 PN의 차이까지.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서 ‘나에게 꼭 맞는 것’으로 앵글이 깊숙이 들어온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때로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본질의 시대: 다시, 긴 호흡의 관리로
그런데 최근의 흐름이 흥미롭습니다. 성분도, 기능도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 단순히 주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을 고민합니다.
• 모공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내 피부가 가진 본연의 컨디션을 존중합니다.
• 빠른 효과보다 나를 돌보는 시간 자체의 가치를 향유합니다.

아름다움이 단순히 모공, 주름, 탄력 문제 해결에만 머물는 게 아닌, ‘지금 당장’보다 ‘오래 유지되는 컨디션’에 대한 관심. 뷰티 시장에 다시 태도와 철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숏폼이 대세인 시대지만 롱폼 콘텐츠가 다시 읽히고, AI가 일상이 되었지만 필름 카메라 감성이 사랑받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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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브랜더 윤영희의 The View:ty] 뷰티의 ‘롱폼’ 트렌드 (출처: 윤영희)


뷰티는 돌고 돈다, 다만 조금 더 깊게
과거의 뷰티가 브랜드를 통한 '자아 선언'이었다면, 지금의 뷰티는 관리의 과정을 통한 '자아 존중'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나를 표현하고, 나를 기대하게 하고, 결국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

패션이 돌고 도는 것처럼 뷰티도 결국 돌고 돕니다. 다만, 이제는 타인이 정의한 '산소 같은 여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만의 속도와 긴 호흡으로 삶을 가꾸겠다는, 조금 더 성숙하고 우아한 방식으로의 회귀입니다. 쉼 없이 달려온 성분과 기능의 시대를 지나, 우리는 다시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글_윤영희